2023. 2. 7. 00:00ㆍSE 에세이
DNA는 악보다.
나는 쇼팽의 즉흥 환상곡을 좋아한다.
이 곡을 여러 피아니스트가 연주했지만,
연주자마다 다른 음악이 나온다.
악보는 똑같은데,
왜 다른 연주가 나오는 걸까?
먼저 피아노가 다르다. 작은 피아노인지 큰 피아노 인지, 새 피아노인지 오래된 피아노 인지, 튜닝은 잘 되었는지, 어느 회사 건지에 따라서 다른 소리가 난다. 그리고 연주자마다 악보를 해석하고 연주하는 방법이 다르다. 템포, 건반을 누르는 힘, 그날의 컨디션 등의 미묘한 차이들이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음악을 만들어 낸다. 또한 연주 장소다. 전용 클래식 연주 장소인지, 야외나 일반 강당인지, 레코딩 스튜디오 또는 개인 연습실 인지에 따라서 다르다. 악보는 같더라도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이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다른 음악이 나오는 이유는 대략 이렇다 할 수 있겠다.
악보는 'ABCDEFG' 7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 b까지 하면 더 되지만 기본이 7음이다.
DNA는 ACTG 4개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다. DNA는 세포핵에 있으며, 세포는 이 정보로 자기 복제를 한다. 문제는, DNA 정보가 같으면 복제 결과도 같아야 하지만 어떤 환경인가에 따라, 복제를 담당하는 단백질의 상태에 따라 복제 결과가 달라진다. 세포의 기능뿐만 아니라 세포 자체도 변할 수 있다.
후성유전학
후성 유전학은 환경이나 세포 상태가 세포 복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음악으로 비유하면, 악기, 연주자, 장소가 연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DNA가 같은 일란성쌍둥이라도 자라난 환경이나 생활습관에 따라서, 유전적 질환의 발병 확률이 달라진다. 후성 유전학은 이러한 이유를 설명한다.
DNA, 악보 그리고, 프로그램 코드는 닮은 점이 많다.
그래서?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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